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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청년 실업은 대한민국 사회가 갖고 있는 구조적 모순의 결정판이다. 그 모순들은 어느 한 영역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한 가지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 청년 실업과 취업난은 과연 취업성공패키지와 같은 지원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취업을 하기 위해선 저질의 일자리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가란 질문에서 노동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일을 해도 기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워킹푸어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적정 소득 보장 체계가 필요하며, 그렇게 애써 번 돈을 임대인에게 갖다 바쳐야 하는 상황에서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으며,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일자리/노동 환경은 시장에서 이탈하는 청년들을 위한 적극적인 사회부조와 생활안전망을 구축이 필수적이다. 현대 국가는 문제와 해결책이 일대일로 매칭되는 세계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대한민국 사회가 당면한 청년 실업과 취업난 역시 같은 맥락이다. 취업 지원 정책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전제를 인정한 상태에서 사안 대응적 정책을 고민하는 것 못지 않게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 또한 고민해야 하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야 한다.

현재 이 나라는 국가와 사회가 구성원들의 실패를 적극적이고 관용적인 태도로 수용함으로써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무자비한 정글이다. 사회가 안전망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개인은 자기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고, 공무원이나 교직, 공단/공사 등 공공 부문은 현재 흙수저 청년들이 가장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는 공정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다. 이를 두고 국가, 기업, 기성세대는 청년들이 도전 정신을 잃었다고, 안정적인 삶만을 꿈꾼다고, 고액 연봉을 지급하지 않는 중소기업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고 비판하지만, 그에 앞서 이 시대 청년들이 선택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사람들이 결혼/출산하지 않는 것은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고 자살하는 것은 오늘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만큼 절망적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청년들이 안정적 일자리에 매달리는 것은 그만큼 이 사회가 불안하고 위험하며 스스로 적정 수준의 소득을 벌어들이지 못하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음을, 그런 상태에 놓인 구성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보장하지 않음을 반증한다.

그렇다면 정책 방향은 명확하다. 정부가 제도와 예산을 동원해 청년들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실직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에 실패해도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된다. 근로장려세제(EITC)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지원 규모를 확대해 저임금 일자리를 택한 노동자라도 기본 생활이 가능하도록 보장하고, 해고되어 일자리를 잃거나 스스로 퇴사해도 다음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적정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충분한 실업수당을 지급하는 한편 노동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재취업 교육/훈련 제공한 뒤 양질의 일자리를 소개하여 취업할 수 있도록 도우면 된다. 생애 첫 구직 과정 중에 있는 청년들이 학자금 대출금 상환과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허덕이지 않을 수 있도록 기여나 고용이력과 관계 없이 조세/재정을 기반으로 취업 전까지 취업 준비와 생계 유지를 보장하는 적정 수준의 구직/취업 수당/급여를 제공하면 된다. 창업에 투자하는 공공/민간 기금이 활발히 조성되고 집행될 수 있는 생태계 조성, 창업자 개인의 대출과 부채로 연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 환경 구축, 실패해 파산하더라도 성실히 노력하면 복권되어 정상적인 경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시스템 마련은 정부가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이다. 이 과정에서 각종 지원제도의 누수나 소위 ‘도덕적 해이’를 염려하는 것 이상으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는지를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일자리를 구할 때 직업 안정성이나 임금 수준이 아닌 적성과 소질, 개인의 꿈과 목표를 바탕으로 원하는 일을 택할 수 있다면, 실직이 절망이 아니라 새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자본금이 많든 적든 참신한 아이디어와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누구나 창업할 수 있다면, 그리고 국가와 사회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보장한다면 저임금 일자리, 실직, 사업 실패는 공포가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뜻하게 될 수 있다. 청년 취업 지원 정책은 이러한 제도저 기반과 재정적 뒷받침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때 제대로 작동할 수 있으며 비로소 그 효과를 제대로 체감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고민과 그에 바탕한 정책 집행 없이 취업 장려/지원 정책만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 참고문헌

: 청년 취업준비자 실태와 정책 방향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김기헌 선임연구위원,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한국사회과학자료원 신인철 기획연구실장)

: 내만복 제19대 대통령선거 복지공약 제안 3호 보도자료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남재욱 정책팀장)

 


  • 본 글은 지난 ‘17.4.20(목), 청년위원회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주최하고,  “청년 취업준비자 실태 및 정책지원 방안”을 주제로 개최된「제8차 청년정책포럼」에서 발표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