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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취업 못한 청년이 운다 국가 미래가 슬피 운다

by 청년연대은행 토닥 2023. 8. 19.

김정덕 기자  |  호수 36  |  승인 2013.03.27 15:29

미취업 청년의 주홍글씨 ‘낙오자’


▲ 청년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청년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없다.


청년 실업률이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취업을 못 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하거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청년들도 많다. 급기야 청년들 스스로 돈을 모아 어려운 청년을 돕는 조합까지 탄생했다. 탁상머리에서 만들어진 정부고용정책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청년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 ‘캥거루족(경제적 자립을 하지 못해 부모에 의존하는 20~30대)’ ‘청년실신(청년 태반이 실업자나 신용불량자).’ 익숙한 이 신조어들은 청년세대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젊은이들이 먹고살기 힘들다는 얘기다.

첫째 문제는 취업이 쉽지 않다는 거다. 함께일하는재단이 지난해 3월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청년층의 고용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만 15세부터 29세를 청년층으로 분류한 통계자료를 보면 2001~2010년 청년 실업률은 평균 7.8%였다. 같은 기간 대한민국 전체 평균 실업률인 3.6%의 2배가 넘는다.

청년 현실 외면한 고용정책

대부분의 청년이 취업을 하기 전까지 무엇을 하든 혼자 힘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거다. 장홍근 함께일하는재단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층의 경제적 어려움은 취업을 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에 노인이나 장애인처럼 취약계층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고용위주의 정책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홍근 연구위원은 “취업준비 기간 겪게 되는 경제적 어려움 탓에 청년층은 취업을 하기도 전에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일쑤”라며 “더구나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학자금 상환, 주거지 마련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청년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는 사례를 보자. 네일아트를 배워서 해외취업을 하려고 했던 서은정(가명•26)씨의 얘기다. 서씨는 2년제 대학을 2009년 졸업했다. 4학기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로 메웠다. 졸업과 동시에 생긴 빚은 1000여만원. 몇 년 동안 취업이 되지 않아 아르바이트로 원금과 이자를 갚고 있었다. 2011년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네일아트를 국비로 배울 수 있고, 취업도 알선해 준다는 사설학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게다가 교통비와 식대 명목으로 생활보조금까지 나온다고 했다. 그는 곧바로 신청했다. 애초 국비지원은 수강료 총액의 80%였다. 하지만 해당 과목 신청자가 몰려 60%만 지원받게 됐다. 결국 수강료의 40%를 부담해야 했다.

 

정책이 일관성 없이 바뀌는 게 아쉬웠다. 하지만 배우고 싶은 일이었고, 비용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계산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 네일아트 과정만 이수하면 취업 알선까지 해준다는 기대감도 컸다. 서씨는 수강비용을 벌기 위해 두달가량 아르바이트를 하루 2~3개씩 뛰었다. 그 과정에서 임금체불도 당했지만 ‘국비교육생에게 지급되는 생활보조금으로 충당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사설학원 수강료는 지역고용센터가 발급하는 희망카드로 100% 선先결제하고, 한달 후 40%의 본인 부담금만 정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국비생 생활보조금이 예상일보다 3일 늦게 나오면서 차질이 생겼다.은행에서 독촉 전화가 빗발쳤다. 희망카드가 시중은행 신용카드와 연계돼 있었기 때문이다. 서씨는 “신용정보를 금융기관과 공유하고 하겠다며 협박조의 전화와 문자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받았다”며 “애먼 곳에 돈을 쓴 것도 아니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교육비를 조금 늦게 냈을 뿐인데 신용불량자 취급을 하니까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애초에 임금이 체불되지 않고, 국비도 일관성 있게 지원됐다면 문제가 없었을 거였다. 임금이 체불된 상태에서 자기부담금이 20%에서 40%로 늘어나면서 서씨가 생활보조금을 수강료에 보태야겠다고 맘먹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비교육생은 교육 기간에 취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어서 더 억울했다. 억울한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국비교육생에게 지급되는 생활보조금이 많은 것도 아니다. 하루 차비 2000원에 식비 2300원이 고작이다. 교육을 마친 서씨에게 취업 기회가 선뜻 찾아오지도 않았다. 학원 관계자는 “커리큘럼에 ‘취업 알선’이라는 문구가 있어야 고용노동부가 위탁사업을 주기 때문에 넣은 것일 뿐”이라며 “최저임금을 생각지 않는 비정규직이라면 알선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도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을 위해 2~3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온갖 수모를 겪은 게 아니었다. 결국 취업에 아무 도움이 안 됐다.

서씨는 “국비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여유 있고 시간 남는 아주머니들이 취미 삼아 듣는 경우가 많았다”며 “국비지원액이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었는데, 관할 고용센터는 형식적인 절차만 거쳐 대상자를 뽑았다”고 한탄했다. 서씨는 “제발 현실적이지 않는 고용정책 내놓는데 돈 낭비하지 말고 사업장들이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고용보험이나 확대해줬으면 좋겠다”며 말을 이었다.

“정부가 해외로 청년인력을 수출한다는 정책을 여기저기서 내놓고 있다. 일자리 제공할 능력이 없는 국가가 청년들을 해외로 내쫓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경쟁에서 이기지 못했다고 쫓겨나야 하는 청년들이 이 나라의 국민이 맞는지 모르겠다.”

임금 못 받아도 당국은 실태조사도 안 해


서씨의 사례에서 눈에 띄는 건 아르바이트 임금의 체불이다. 최근 들어 취업을 하지 못한 많은 청년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건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이 된 것이다. 커피숍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노동형태로 보면 한시적인 일용직에 속하는 비정규직이다. 청년층 비정규직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함께일하는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만 15세부터 34세까지를 청년층으로 분류했을 때 청년층 정규직 노동자는 약 422만명, 비정규직은 약 174만명이다. 절반에 가깝다. 게다가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중 30.6%가 청년층이다. 쉽게 말해 노동자 2~3명 중 1명은 청년 비정규직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들 청년 아르바이트생, 다시 말해 비정규직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과 감독관은 “임금체불 관련 조사는 설이나 추석 때에만 기간을 정해서 조사한다”며 “임금체불이 많이 일어나는 직종이나 연령대는 조사하지 않고 총 발생건수와 지도해결건수, 사법처리건수 등만 조사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에 대한 실태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거다.

전담부서도 없다. 고용노동부 감독관은 “임금체불이 너무 많아서 모두 처벌하기가 힘들다”는 어이없는 말만 늘어놨다. 경찰이 사건이 너무 많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범죄자를 잡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구나 고용 노동부는 임금체불 사건을 직접 조사해 검찰로 송치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자신들의 직무를 소홀하게 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취업 청년을 위한 고용정책이 실질적인 도움을 못 주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2000년대 초부터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는 상당히 많은 청년고용대책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

함께일하는재단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청년고용대책은 16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42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일자리창출에 7169억원(10만명), 교육과 훈련에 2192억원, 고용서비스에 623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정부의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청년들은 별다른 효과를 느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연대은행 토닥토닥협동조합(토토협)이 23~30살 청년 200여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취업지원 프로그램의 성공여부’를 물어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4.4%가 ‘실패’라고 밝혔다. ‘성공’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5.6%에 불과했다.

정부의 청년고용대책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선 공무원의 관료주의적 태도에 있다. 탁상에 앉아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기 때문에 청년의 고용문제를 해결할 만한 대안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2011년 정부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2030청년창업프로젝트’에 참여했던 36살 오현수(가명)씨는 “취지는 좋았지만 안 하는 것만 못한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 프로젝트에 지원한 예비 청년창업자는 3개월에 한번씩 총 10개 항목에 대해 평가를 받는다. 평가를 통해 매겨진 평가점수에 따라 50만원부터 100만원까지 지원금이 나온다. 점수가 낮으면 지원금이 아예 없다. 때문에 평가는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하지만 평가방식은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주관식이다.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단 몇줄의 의견게재를 통해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오씨는 “평가점수에 따라 지원금이 달라지는데 참여자들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평가기준을 제시하니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며 “정부 주관 행사에서 장관상을 받은 참가자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제조업 분야 창업프로젝트에 참가한 이성백(가명•32)씨는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와서 평가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일괄적으로 지원금을 나눠주는 바람에 답답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며 “개별 사안에 따라 유연하게 진행해야 할 사안도 서류 하나로만 처리해버리니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런 부실한 고용정책 때문에 길거리에서 헤매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청년이 2중3중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손을 벌릴 곳이 마땅치 않다는 거다. 취업준비생은 상황이 아무리 위급해도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때문에 각종 금융사기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다.
김규환(가명•26)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다리를 다쳤다. 병원비가 필요했다. 주민등록증을 하루만 빌려주면 100만원을 빌려준다는 말에 속아 생각지도 못한 빚을 졌다. 자신의 주민등록증이 대포폰을 만드는데 사용돼서다. 휴대전화 요금이 700만원이나 나왔다. 나중에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처벌이 두려워 그만뒀다.

조금득 토토협 대표는 “목돈을 대출받을 수 없는 청년들은 지인이나 신용카드 대출, 보험 약관대출 등 소액으로 빚을 질 수밖에 없다”며 “나중에 자신의 채무총액이 얼마만큼 불어났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취직을 못한 청년의 뒤에는 열심히 살지 않아서 그렇다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며 말을 계속했다.

실질적인 청년 구제장치 필요

“지난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수많은 정치인이 청년을 위한 정책을 구상하겠다며 좌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그들은 최저임금이 얼마인지도 몰랐다. 청년들은 정치상품으로 활용되고 내팽개쳐진 셈이다. 그러면서 성공한 청년들의 이미지만 부각해 다수 청년을 ‘루저’로 만들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제발 단순한 실적 올리기나 이미지 만들기가 아니라 청년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구제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 조금득 토닥토닥협동조합 대표
“우리가 실패하면 정부가 나서야…”


✚ 토토협의 설립 취지는 무엇인가.
“청년에게 처한 문제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으니 스스로 해결해 보자는 취지에서 설립했다. 첫 단계로 시작한 게 청년을 위한 저금리(2~3%) 소액 대출이다. 조합원들이 매달 십시일반으로 모아준 출자금으로 다른 조합원에게 대출하는 방식이다. 토토협은 단순히 어려운 청년에게 돈을 빌려주는 걸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지금 청년들은 돈 몇 푼이 없어 낙오자로 낙인찍히고 있다. 하지만 우린 낙오자가 아니다. 청년이 낙오자라는 자괴감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려는 거다.”


▲ 조금득 토닥토닥협동조합 대표


✚ 조합원 가입 조건은.
“만 15세부터 39세까지 누구든지 가입할 수 있다. 조합원은 매월 1구좌 5000원 이상 출자를 한다. 최대 10구좌까지 출자할 수 있다.”

✚ 대출 형식은 어떤가.
“재능기부나 봉사활동 등을 6개월간 한 조합원에게 해주는 대출 방식, 출자한 돈의 70%를 대출해주는 방식, 활동지수에 상관없이 병원비나 방값, 약값 등의 용도로 쓰이는 긴급대출 방식, 활동지수가 많은 조합원에 한해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토닥이 대출’ 등 4가지다. 대출금액은 20만원부터 50만원까지다. 향후 출자금이 많아지면 대출액도 조정할 예정이다.”

✚ 빌리는 사람이 많고 갚는 사람이 적으면 운영이 안 된다. 대안은 있나.
“물론 위험요소는 있다. 하지만 청년들은 당장 돈 몇 푼 빌리지 못해 인생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조합원을 믿을 수밖에 없다. ‘갚지 못하겠다’며 배짱을 부린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것보다 더 절박한 심정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들린다.
“아니다. 조합을 유지하기 어려워져 실패한다면 청년들은 또다시 기댈 언덕을 잃어버린다. 이를 조합원들이 잘 알고 있다. 대출금을 갚으려는 사람에겐 구체적인 재무상담사를 붙여 컨설팅도 해주고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교육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

✚ 사실 정부가 해야 할 일 아닌가.
“우리가 실패한다면 정식으로 요청할 거다. ‘청년 대출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리를 펼 것이다.”

✚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청년들은 하고 싶은 게 많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낙오하는 이들이 수없이 많다. 제 앞가림도 못한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청년은 결코 그렇지 않다. 다양한 청년 정책도 좋지만 단 한번이라도 관료주의나 실적주의가 아닌 청년을 위한 정책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juckys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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