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사장 조합원 반바지 입니다.

지난 7월 23일 토닥 상반기 활동 평가 워크숍이 무중력지대 대방동 세미나실에서 열렸습니다. 이사 조합원 5명 전원, 감사 조합원 1명, 사무국 상근 조합원 1명, 그리고 일반 조합원 3명이 참석해주셨고 두 시간 여의 시간 동안 그 간 토닥의 활동과 사업들의 진행 경과와 추진 성과를 돌아보았습니다.

(※ 워크숍 진행 및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자료집을 참고 : 청년연대은행토닥 2017 상반기 평가 워크숍 자료집)(다운받기)

8월 편지에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상반기 평가 워크숍을 통해 경험하고 느꼈던 ‘우리’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이어주는 ‘소통’에 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토닥은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고 어떤 사람들이 모였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들을 새삼 꺼낼 수밖에 없는 건, 그 뻔하고 당연한 것들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 여전히 잘 알지 못하는 까닭이겠지요.

 

 

조합원님들에게 토닥은 어떤 곳인가요? 가령 제게 토닥은 여유 있을 때 꾸준히 출자금과 조합비를 납부하면 언젠가 내가 경제적으로 힘들고 어려워졌을 때, 혹은 은행과 대부업체와 같은 제도권 금융이 내게 필요한 돈을 빌려주지 않을 때 내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조합원들과 맺은 신뢰 관계만으로 이용할 수 있는 비상금고 같은 곳입니다. 일반적인 경제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스스로 그 흐름 밖으로 튕겨져나온 제가 비슷한 공감대를 가진 동료 조합원들과 공동체기금을 만들어 재정적으로 협력하고 공동의 가치 추구를 위해 연대하며 협동하는 관계망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토닥 이사, 감사, 상근 조합원들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모두가 주인되는 협동조합(형 비영리단체)에서 현실적으로 모두가 다 주인 역할을 하기 어려우므로 2년에 한 번씩 주인되는 자의 대리인으로 선출하는 것이 이사이고, 이사가 그 대리인 노릇을 하는 잘 하는지 감독하는 자가 감사이며, 토닥의 핵심 기능인 공동체기금 출자와 이용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그에 필요한 일상적인 업무의 수행을 위임받은 자가 상근 활동 조합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발생하는 업무 특성상 상근 조합원은 조합과 노동계약을 체결하고 일하는 대가로 적정 보수를 지급받지요. 이 말의 요점은, 우리 모두 동등한 조합원이되 다만 각자 부여된 직책과 그 역할이 다를 뿐이라는 것입니다.

 

토닥은 위계질서 그딴거 읎다

 

토닥의 사명은 청년을 위한 생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비전으로서 위로와 공감의 공동체, 꿈꾸는 청년을 위한 대안 은행을 표방하며 금융 협동과 토닥 협동이라는 사업을 통해 사명과 비전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그것과 관련된 혹은 관련되지 않은 모든 것들을 개개인의 조합원 님들은 할 수 있고 또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조합원 여러분의 뜻에 달린 것이지요. 우리가 핵심 가치라 믿고 있는 협동에 대해 구성원 모두가 더이상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날이 온다면 토닥은 더이상 협동하지 않을 것이고, 협동할 이유가 사라진 토닥은 아마 문을 닫게 될 것입니다. 그 또한 조합원의 뜻이라면 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토닥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이 안에서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고,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동료들에게 제안할 수 있으며, 누군가로부터 받은 제안을 거부하고 동참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토닥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조합원들이 갖는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은 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자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또 무엇이든 하지 않을 수 있는 곳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현재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토닥이 그럴 수 있는 건 토닥은 국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민 모두의 삶을 보살피고 챙겨야 할 의무와 책임을 당위적으로 부여받은 조직이 아닌 까닭입니다. 만약 조합원 여러분 가운데 누군가가 무언가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동료 조합원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홀로든 함께든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조합은 그 활동을 지지할 것이고 저는 동료 조합원으로서 응원할 것입니다. 다만 조합이 정책과 사업을 통해 그 활동에 함께 할지 여부는 총회나 이사회 등의 의사 결정 체계를 통해 조합원들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며, 조합원 개인 자격으로 그 활동에 합류할지 하지 않을지 판단하는 것은 저를 비롯한 조합원 개인의 몫이고 선택입니다. 관심 갖는 이가 없다고, 함께 하는 이가 없다며 동료 조합원을 비난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여기 있는 어느 누구도 자신이 옳다고 혹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남도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 없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그 점에 있어서 저는 단호하고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무언가에 대한 확신과 믿음, 행동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의 의사 결정과 판단 영역이고, 그 무언가를 동료들과 함께 조직하는 것은 그것을 원하는 개인의 몫입니다. 토닥 안에서 누구도 그것을 대신해줄 수 없고 그래야만 할 의무를 지고 있지 않은 까닭입니다. 저는 우리가 그럴 의리는 있을 지언정 의무는 없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평양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 이걸 존중하는 게 기본.

 

토닥은 분명 완벽·완전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조합원 님이 생각하는 완성된 이상향이 아닐 수 있습니다. 보다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한 여정의 막 초입에 들어섰을 뿐이고,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해 토닥 조합원들의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도 멉니다. 가령 다양한 감수성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기 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고비를 넘어야 할까요. 또, 우리 사회 안의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불평등의 문제가 토닥 공동체 안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저 역시 확신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조직 안팎의 많은 문제들을 동시다발적으로 겪고 있고, 그 중 어떤 문제에 먼저 대응할지 결정하는 구조 안에서 구성원 모두가 만족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 한계를 저는 인식합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소외되고 또 상처입을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다만 저는 그것이 우리의 탓이기 보다는 이 사회 구성원 어느 누구나 너나 할 것 없이 갖고 있는 고민이라고 봅니다. 앞서 말씀드린 문제들은 비단 토닥 뿐만 아니라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토닥 안팎 어디서든, 나중이 아닌 지금 당장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이니까요.

저는 토닥이 이 사회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를, 조합원 개개인이 갖고 있는 문제 의식 하나하나 해결해야 할 의무를 홀로 오롯이 지고 있는 주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합원 누구나 각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고, 제기된 문제에 공감하고 해결을 희망하며 그 과정을 지지하는 연대 활동 또한 (동료)조합원들의 몫입니다. 토닥의 집행부는 조합원의 대리인이자 토닥 공동체의 시스템 관리자로서 정관과 규약, 규정 그리고 총회 의결을 통해 결의된 바에 의거하여 조합원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과 기능을 행사해 문제 해결 과정에 필요하거나 합당한 조치들을 취하고 지원할 뿐입니다. 저는 조합원들이 집행부에게 조합원 개개인이 인식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 민주적 가치에 의해 운영되는 토닥의 조합원으로서 취할 수 있는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특히 협동조합의 운영원리에 따라 조직되고 또 운영되고 있는 토닥의 구성원이라면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집행부와 평조합원 사이에 역할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권한과 책임의 격차는 존재하지 않고 존재해서도 안 되는 까닭입니다.

위로와 공감의 공동체를 표방하는 토닥 안에서 저는 얼마만큼 동료의 아픔과 어려움에 공감하고 상처를 위로할 수 있을지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저는 딱 제가 겪고 경험한 만큼, 아프고 힘들며 고통스러웠던 것 이상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늘 조심스러웠고, 혹여라도 이곳을 찾은 누군가가 저로 인해 힘들 일이 없기를 바라고 또 바랐습니다. 그것만 잘 해도 조합원으로서 기본은 하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사장 조합원으로서 토닥의 대표 역할을 맡고 있는 지금 그 조심스러운 마음은 더 큽니다. 아마 동료 조합원 여러분 모두 이런 마음을 갖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쓰고 노력하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다만 제게는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나는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경계’를 명확히 안다는 것

 

더 큰 역할, 더 많은 책임, 그리고 무한한 이해와 배려를 요구받을 때 저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저를 비롯한 이사회, 감사회, 사무국, 대의원, 그리고 일반조합원 어느 누구도 서로가 서로에게 내가 하지 않는 걸 남이 하길 바라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해야 한다고 믿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해야 하는 건 바로 그 누군가, 당신입니다. 스스로 그 일의 주체로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 역할을 자임할 때 저는 토닥이 비로소 진정한 위로와 공감의 공동체, 꿈꾸는 청년을 위한 대안 은행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또 구성원 서로가 서로에게 절실하고 뜻깊은 동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그런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할 것입니다.

그저 저는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만약 그렇게까지 하기 너무 벅차고 힘들다면, 굳이 내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면 자신이 할 수 없는 것,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정확히 알고 포기하고 그 짐을 내려놓는 것도 얼마든지 고려 가능한 선택지이겠지요. 어쩌면 안 되는 것을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서로 부둥켜안고 함께 침몰하는 것보다, 할 수 없다면 하고 싶지 않다면 포기하고 각자의 길로 떠날 수 있을 때, 그렇게 떠나서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때 비로소 세상이 살만해지는 게 아닐까요. 부디 그럴 용기와 희망이 우리 모두의 삶 속에 남아 있길 소망합니다.

2017. 7. 31

청년연대은행토닥 이사장 조합원 반바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