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합원 잘한다입니다. 오늘은 이사로 여러분께 인사드려요.

새해가 되면서 저는 소설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작년에 친해진 친구들이 모두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어서 추천을 받아 읽기 시작했는데, 저는 소설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라 새로운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

여러 작가들이 다양한 문체와 작법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걸 읽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어떤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글 속의 사람들이 용기를 내고 아주 조금이라도 변화의 시도를 해가는 게 좋아요. 한 사람의 행동 혹은 한 사건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바라본 이야기들이 좋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이 저 스스로에게도 용기를 주고, 세상을 좀 더 이해하게 만들고, 타인을 좀 더 견딜 수 있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 오늘 여러분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작년에 출간되어서 이미 많은 분들이 읽으셨을지 모르지만,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입니다.

“딸에 대하여” │ 김혜진 저 | 민음사 | 2017년 09월 15일

 

편견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토닥의 조합원이라면 구체적인 지향은 서로 다르더라도 넓게 ‘진보’로 묶이는 정치성향을 가졌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어쩌면 모부(母父) 등 가족 구성원과, 혹은 사회에서 만난 (대게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누군가와 그것 때문에 반목해본 경험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넘겨짚어 보아요. <딸에 대하여>는 그 반목을 엄마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적어 내려간 소설입니다.

소설의 첫머리에 ‘엄마’는 나이 든다는 것, 주변부로 밀려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자주 서술합니다. 그 두려움이 정말 그 중-노년 나이의 마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저는 그 두려움에 이입되어서 ‘엄마’의 입장이 답답하면서도 ‘엄마’ 편을 드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소설 내내 언젠가는 한 몸이었던 ‘엄마’와 ‘딸’ 사이의 멀어지는 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딸애가 도달할, 결국 나는 가닿지 못할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나을까. 아니, 지금보다 더 팍팍할까.’

금전적인 이유로 ‘딸’과 함께 살며 그를 지켜보다가, ‘엄마’는 ‘딸’이 서 있는 곳이 생의 한가운데라는 걸 이해합니다. ‘딸’과 ‘딸’의 레즈비언 파트너는 헛꿈을 꾸는 것도, 삶이 요구하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도 아니고, 그 자신과도 같이 살아가는 일이 주는 고단함을 버티고 서있다는 것을, ‘딸’과 자신 사이의 거리는 그 가운데와 주변부라는 위치 차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도 주변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면서 소설이 마무리됩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딸’의 처지에 공감했고, ‘딸’에 대한 ‘엄마’의 서술을 타인의 눈으로 보는 나 자신처럼 느꼈습니다. ‘딸’은 자존심 세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나설 때는 거친 말도 서슴지 않고 ‘엄마’에게 짜증도 많이 내는, 모난 구석이 많은 저와 제 주변의 다른 자식들을 떠올리게 했거든요. 그리고 끝내 완벽한 ‘딸’의 편이 되지 못한다고 해도 태도를 바꾸는 ‘엄마’에게 희망을 느꼈습니다. 살아온, 경험해온 세계가 너무 다른 우리가 서로를 100% 이해하지는 못한다고 해도, 서로를 견딜 수 있을 만큼 태도를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요즘 총회준비위원회 회의를 매주 하고 있습니다. 이런 회의를 하고 있을 때 토닥 활동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최근에 나누는 주제는 전혀 쉽지 않지만 서로 입장을 확인하고 이견을 좁혀가는 과정에서 다른 회의 참여자분들께 항상 많은 걸 배우게 됩니다.

우리가 함께하는 것을 선택했을 때, 즐거운 부분의 바깥도 경험해야 합니다. 결국 나와 다른 타인을 견뎌야 합니다. 견디는 선이 어디가 될 지는 우리가 선택한다고 해도요. 그리고 다만 바랍니다. 그 모든 우리가 주변에 머물러 곁눈질 하는 것으로 서로를 소모하는 대신, 가운데에 서서 적극적으로 타인을, 모난 자신을 견디게 되기를요.

소설 마지막 부분에, ‘엄마’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에 집중하기 위해 몸에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끼니와 잠을 챙깁니다. 그 가운데 이 대사가 저는 마음에 많이 남았습니다.

“먹어라. 많이 먹어야 돼.”

강추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조합원 여러분 많이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