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래

지역에서 시스템개발자로 살고 싶은 청년

휴대폰에 진동이 울린다. 친한 동생 A의 전화다. A는 내가 대학 다닐 때, 멘토링으로 알게 된 동생이다. 당시 A는 고등학생이었다. 1년 남짓 수학과 영어 그룹과외를 했고, 한동안 연락을 못하다가 최근에 다시 연락이 되었다. 그리고 종종 서울에 올라오면 밥을 같이 먹곤 했다. 한번은 A가 “이번 주말 재워 줄 수 있냐?”고 물었다. 기숙사에 혼자 살고 있는 내가 하루 재워주는 거야 문제가 아니라서 흔쾌히 승낙했다.

A의 꿈은 시스템개발자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개발자 관련 공부를 했고,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 지금은 졸업을 앞두고, 취업준비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번에 서울에 온 이유도 ‘교육을 받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지역에는 개발과 관련된 최신 트렌드나 교육이 없어서 서울에 올라와야 한다고 했다. 서울에는 자발적인 모임도 활발해서 다양하게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내가 서울에 올라온 이유도 대학원을 진학하기 위해서였다. 대학원을 오기 전까지 대구지역에서 살았던 나는 서른이 넘어서 서울에 왔다.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지역에 있었다면, 서울에 올라오면서 까지 대학원을 다니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싼 생활비를 내면서 서울까지 올라온 것은 지역에 내가 원하는 분야의 교육이나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A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나는 서울에 상경한 지 10개월이 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책에서 만나던 사람을 직접 만나게 된 것이다. 내가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의 전문가도 만날 수 있었다. 당사자와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니, 당사자가 의도 했던 목적이나 숨겨진 고급정보를 많이 접하게 되었다. 그것도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내가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역에 있었다면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 일이다. ‘공간의 제약이 꿈의 크기를 좌우한다.’ 말이 실감이 났다.

자원이 모이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 정보가 몰리니까 당연히 서울에는 기회가 많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A는 ‘지역에 산다.’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있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지역 격차만큼 커져 버린 비용

어느 날 A에게 술 한 잔 하자는 전화가 왔다.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술을 먹으면서도 별다른 내색이 없었다. 우리는 시시한 농담이나 뉴스 이야기를 하면서 술을 마셨다. 그런데 어느 정도 술기운이 오르자, A가 대뜸 이야기했다. 요즘 힘든 일이 있다고.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지역에서 사는 게 ‘서글프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어느 지역에 사는 것도 계급이라면서 하소연을 한다. 지역에 사는 것이 꿈의 가짓수를 다르게 만든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난 주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A는 서울에 있는 세미나를 가기 위해 동대구역에 도착해서 표를 끊으려고 카드를 결제했더니, 잔액 부족이라고 뜨더란다. 대학생인 A는 평소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사장이 월급을 제때에 입금을 하지 않은 탓이었다. 사장에 대한 원망보단 돈이 없음이 안타깝고,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세미나가 진행되었으면, 돈을 쓰지 않고도 갈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안타까움이 갑자기 몰려들었다고 했다. 그는 허탈한 마음을 뒤로하고, 세미나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오늘 몸이 아파서 세미나에 불참한다.”고 말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 서글펐다고 했다.

가끔 지역에 사는 친구나 동생들이 서울에 올라와서는 하루 재워줄 수 있냐고 물었을 때,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A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 친구들의 이야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면접 때문에 올라온다는 친구, 서울에 교육에 있어 올라온다는 친구들이 한번 서울에 올라올 때 드는 비용을 계산해보았다. 어림잡아도 1인당 교통 비, 식비, 숙박비까지 15만원 정도 들었다.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보통 대학생들의 한 달 평균 생활비가 많아도 100만 원인걸 감안하면, 15만원은 7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지역에서 15만원이면 일주일의 식비, 월세의 반값과 비슷하다. 이 친구들은 기회와 정보를 얻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많은 지역 청년들이 서울에 올라오는 이유는 지역에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지역 청년들에게는 서울에 올라와서 얻는 기회와 정보가 일주일의 식비만큼이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서울과 지역의 격차문제가 심각해질수록 서로에게 좋을 것이 없다. 지역이 낙후될수록 사람들은 기회를 찾아 서울에 올라간다. 그리고 서울은 과도한 인구 밀집으로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한다. 주거문제, 환경문제, 교통문제 등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문제는 그 사회적 비용을 청년 개개인이 부담하고 있다. A와 나처럼 말이다. 나는 A가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다.

나는 대학원을 마치면 다시 지역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그런데 지도교수님은 서울에서 자리를 잡아야 기회가 더 많다고 조언을 하셨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이, 서울에 오는 만큼이나 어렵다. 서울이 아닌 곳에서 꿈을 꿀 수는 없는 걸까? 이런 질문이 잘못된 질문이 아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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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및 후기

지역 청년문제에 관심이 많은 대학원생. 느리지만 꾸준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주위에선 아직 철이 덜 들었다고 타박하는 시선도 존재하지만 과감히 무시하고. 아직도 꿈 많은 소년이다. 원피스의 루피를 좋아하고, 닮으려고 노력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비주류의 치열함이라고 믿고 있다.

의욕적으로 글쓰기 모임에 참석했으나, 중간에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참석률이 저조했습니다. 하지만 막바지에 스카님의 격려로 끝까지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아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번 글쓰기 모임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을 지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쉽진 않겠지만 앞으로도 꾸준하게 글을 쓰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힘드셨을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완성된 글을 쓸 수 있도록 몇 번씩이나 글을 수정해주시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선생님의 관심 덕분에 저 또한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자주 만나지 못해서 친해지지는 못한 글쓰기 모임 동기님들의 다양한 글들과 의견을 들으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